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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라이선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4년 만에 관객과 만나고 있다. 1980년대 광부 파업이 벌어지고 있는 영국 탄광촌을 배경으로 공동체의 연대 속에 소년 빌리가 댄서라는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이다. 신시컴퍼니 제공음악과 안무, 잘 짜인 구성과 탄탄한 스토리까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이 모든 면에서 빈틈을 찾기 어려운 뮤지컬이다. 2010년 국내 관객에게 첫선을 보인 이 라이선스 뮤지컬이 2017년 재연에 이어 4년 만에 관객과 만나고 있다.<빌리 엘리어트>는 2000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1980년대 광부들의 파업이 벌어지는 영국 탄광촌을 배경으로 11세 소년 ‘빌리’가 복싱 수업 중 우연히 발레를 배우면서 댄서라는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원작 영화 감독인 스티븐 돌드리와 시나리오 작가 리 홀이 팝의 거장 엘튼 존과 손잡고 뮤지컬로 제작했다. 엘튼 존은 칸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처음 접한 뒤 감독과 작가에게 직접 뮤지컬 제작을 제안했고, 이후 작곡가로 참여했다. 그렇게 제작된 뮤지컬은 2005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첫선을 보인 뒤 2008년 미국 브로드웨이로 진출했고, 전 세계에서 80여개 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초연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빌리 엘리어트>는 부족하거나 지나침 없이 ‘웰메이드 뮤지컬’이 가진 힘을 보여준다. 최근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들이 보여주는 요란스러운 화려함 없이도 탄탄한 스토리와 탁월한 연출로 감동을 전한다. 소년의 꿈과 쇠락해가는 광산 노동자들의 절망이 맞물리며 영화 못지않게 흡인력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냈다.<빌리 엘리어트>는 어린이 배우들이 중심이 돼 180분의 러닝타임을 끌고 가는 뮤지컬이다. 1년6개월의 트레이닝 기간 동안 어린이 배우들은 필라테스부터 발레, 탭, 아크로바틱, 재즈댄스, 현대무용 등을 배웠다고 한다. ‘빌리’ 역을 맡은 김시훈·이우진·전강혁·주현준 4명의 주역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뛰어난 안무와 연기 호흡을 보여준다.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중 ‘Solidarity’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명장면이 유독 많은 공연이다. 가장 유명한 넘버인 ‘Solidarity’는 발레 교습소의 평화롭고 천진한 풍경과 파업 진압이 이뤄지고 있는 바깥 풍경을 교차해놓는데, 영화에서 길게 전한 탄광촌의 상황을 12분간 한 곡의 노래로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Grandma’s Song’ 역시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기발하고 독창적인 무대 연출로 풀어냈다. 강렬한 사운드와 탭댄스, 조명이 어우러진 ‘Angry Dance’는 영화와는 다른 질감으로 빌리 내면의 분노를 표현한다. 어린 빌리가 상상 속 어른이 된 빌리와 함께 ‘백조의 호수’ 파드되를 추다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Dream Ballet’도 많은 이들이 꼽는 명장면이다.광부들의 파업으로 시작한 공연은 광부들이 광산으로 돌아가며 끝을 맺는다. 탄광에 복귀하는 광부들의 안전모에 불빛이 켜지고 발레학교라는 미래를 향해 걸어나가는 빌리를 비추는 마지막 장면은 긴 여운을 남긴다. 광부들의 패배와 대비되는 소년의 꿈이 단순한 성장담 이상의 울림을 주는 것은 빌리의 도약 자체가 마을 사람들의 연대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공연은 그 시절 노동자들의 상실감과 비애를 영화만큼 공들여 담아내면서 젠더·계급에 대한 고정관념에 맞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감동적으로 전한다. 배우 중 한 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며 한동안 중단됐던 공연은 4일 재개된다.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내년 2월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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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지난달 30일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전날보다 12.8% 오르며 사상 최고치인 메가와트시(MWh)당 97.73유로까지 치솟았다. 연초보다 무려 400% 폭등한 것이다. 유럽 각국은 2015년 파리협정 이후 석탄 발전소를 무더기 폐쇄하고 풍력발전소를 대거 늘렸다. 그런데 최근 바람 약화로 풍력 발전량이 급감하자 화석연료인 천연가스값이 치솟으며 한겨울 전력난 공포까지 커지고 있다.탄소중립 시대에 ‘악당’으로 전락한 석탄 가격도 폭등세다. 글로벌 기준이 되는 호주산 유연탄은 올 초 100달러대에서 현재 400달러 수준으로 급등했다. 석탄값 급등은 최근 중국이 직면한 사상 최악 전력 대란의 한 원인이 됐다. 원가 압박이 커진 현지 발전업체들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한 것이다.영국 주유소 기름 동나고… 중국은 스마트폰 불빛으로 식사 - 지난달 29일‘기름이 떨어졌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영국 북서부 노스위치의 한 주유소 모습(왼쪽 사진). 영국은 최근 대형 트럭 운전기사 부족으로 연료 공급에 차질을 빚으며 주유 대란이 장기화하고 있다. 극심한 전력난이 이어지는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 선양의 한 식당에서 지난 29일 갑자기 정전이 일어나자 한 남성이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식사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로이터·AP연합뉴스전 세계가 탈탄소·친환경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데, 화석 에너지 가격이 오히려 폭등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풍력·태양광 발전량이 에너지 수요를 못 쫓아가면서 채굴 감소로 품귀 상태인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의 습격’이다.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 그린플레이션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물가를 압박하는 현상을 말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의 화석 에너지 가격 급등은 그린플레이션의 충격파가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진단했다.◇탄소중립의 역설… 그린플레이션천연가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무차별 폭등하고 있다. 올 들어 400%가량 급등한 유럽은 물론 미국 헨리허브 가격도 올 초 MMBtu(열량 단위)당 2.6달러에서 9월 말 5.9달러로 배(倍) 이상 올랐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쓰는 JKM 가격 또한 지난 한 달 사이 MMBtu당 18달러에서 31달러로 급등했다.세계 각국이 석탄 채굴을 줄이고, 석유·가스 부문 투자를 늦추면서 에너지 분야 수급 불균형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석유 채굴에 투자한 금액은 3290억달러(385조5000억원)로 8070억달러(954조원)를 기록한 2014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경제학)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올해 늘어난 전세계 전력 수요의 60%는 태양광과 풍력이 공급했지만 나머지 40%는 여전히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가 채웠다”고 말했다.재생에너지 발전과 전기차에 필수적인 원자재 가격들도 급등세다.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용 타워에 고루 쓰이는 알루미늄은 올 초 t당 2000달러에서 지난달 말 2851달러까지 치솟았다. 배터리용 수산화리튬은 9월 말 가격이 연초 대비 3배 수준인 t당 15만4500위안까지 급등했다. 신재생 발전에서 수요가 5배 이상 증가하는 구리도 지난 5월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인 t당 1만달러까지 치솟았다. 특히 알루미늄은 최대 생산지인 중국이 탄소중립을 위해 제련 공장 가동을 줄이면서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고, 구리도 전 세계 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칠레와 페루에서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채굴이 위축됐다.◇속도 조절 필요하다는 지적 제기그린플레이션이 악화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에너지와 각종 원자재 등 원료 가격이 오르면서 반도체 가격 인상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반도체 가격 인상은 휴대폰부터 자동차까지 연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주헌 교수는 “그간 태양광 발전이 경쟁력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저렴한 전기요금이었다”며 “탄소중립 정책이 촉발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역설적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 산업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깨끗하면서도, 안전하고, 값도 싼 에너지는 없다”고 말했다.
친환경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지난달 30일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전날보다 12.8% 오르며 사상 최고치인 메가와트시(MWh)당 97.73유로까지 치솟았다. 연초보다 무려 400% 폭등한 것이다. 유럽 각국은 2015년 파리협정 이후 석탄 발전소를 무더기 폐쇄하고 풍력발전소를 대거 늘렸다. 그런데 최근 바람 약화로 풍력 발전량이 급감하자 화석연료인 천연가스값이 치솟으며 한겨울 전력난 공포까지 커지고 있다.탄소중립 시대에 ‘악당’으로 전락한 석탄 가격도 폭등세다. 글로벌 기준이 되는 호주산 유연탄은 올 초 100달러대에서 현재 400달러 수준으로 급등했다. 석탄값 급등은 최근 중국이 직면한 사상 최악 전력 대란의 한 원인이 됐다. 원가 압박이 커진 현지 발전업체들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한 것이다.영국 주유소 기름 동나고… 중국은 스마트폰 불빛으로 식사 - 지난달 29일‘기름이 떨어졌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영국 북서부 노스위치의 한 주유소 모습(왼쪽 사진). 영국은 최근 대형 트럭 운전기사 부족으로 연료 공급에 차질을 빚으며 주유 대란이 장기화하고 있다. 극심한 전력난이 이어지는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 선양의 한 식당에서 지난 29일 갑자기 정전이 일어나자 한 남성이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식사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로이터·AP연합뉴스전 세계가 탈탄소·친환경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데, 화석 에너지 가격이 오히려 폭등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풍력·태양광 발전량이 에너지 수요를 못 쫓아가면서 채굴 감소로 품귀 상태인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의 습격’이다.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 그린플레이션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물가를 압박하는 현상을 말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의 화석 에너지 가격 급등은 그린플레이션의 충격파가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진단했다.◇탄소중립의 역설… 그린플레이션천연가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무차별 폭등하고 있다. 올 들어 400%가량 급등한 유럽은 물론 미국 헨리허브 가격도 올 초 MMBtu(열량 단위)당 2.6달러에서 9월 말 5.9달러로 배(倍) 이상 올랐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쓰는 JKM 가격 또한 지난 한 달 사이 MMBtu당 18달러에서 31달러로 급등했다.세계 각국이 석탄 채굴을 줄이고, 석유·가스 부문 투자를 늦추면서 에너지 분야 수급 불균형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석유 채굴에 투자한 금액은 3290억달러(385조5000억원)로 8070억달러(954조원)를 기록한 2014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경제학)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올해 늘어난 전세계 전력 수요의 60%는 태양광과 풍력이 공급했지만 나머지 40%는 여전히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가 채웠다”고 말했다.재생에너지 발전과 전기차에 필수적인 원자재 가격들도 급등세다.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용 타워에 고루 쓰이는 알루미늄은 올 초 t당 2000달러에서 지난달 말 2851달러까지 치솟았다. 배터리용 수산화리튬은 9월 말 가격이 연초 대비 3배 수준인 t당 15만4500위안까지 급등했다. 신재생 발전에서 수요가 5배 이상 증가하는 구리도 지난 5월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인 t당 1만달러까지 치솟았다. 특히 알루미늄은 최대 생산지인 중국이 탄소중립을 위해 제련 공장 가동을 줄이면서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고, 구리도 전 세계 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칠레와 페루에서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채굴이 위축됐다.◇속도 조절 필요하다는 지적 제기그린플레이션이 악화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에너지와 각종 원자재 등 원료 가격이 오르면서 반도체 가격 인상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반도체 가격 인상은 휴대폰부터 자동차까지 연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주헌 교수는 “그간 태양광 발전이 경쟁력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저렴한 전기요금이었다”며 “탄소중립 정책이 촉발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역설적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 산업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깨끗하면서도, 안전하고, 값도 싼 에너지는 없다”고 말했다.